Sputnik의 무한궤도


오늘은 제주에서 회사 교육을 받기 위해 올라오는 구슬친구 정몰라 녀석과의 약속이 있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하는지라, 일찍이 집에 들어앉아 페이스북이나 하나하나 뜯어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설정도 다시 하고, 친구도 찾으며 희희낙낙 거리던 찰나,  갑작스런 일로 내일 오후에나 서울 떨어진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어차피 할 일도 있었는지라, 속으론 다행이네 하면서 내일을 기약하며 전화를 끊고, 밀린 과제물 정리나 제대로 하며 후라이데잇 나잇을 불태우리라 마음먹고 자리 셋팅을 시작했다.

라디오를 틀어놓고, 맥주 1캔 따고, 담배불 붙이고, 온몸을 비틀어가며 우드드득!

자, 시작해볼까!  하는 찰나

"드르르르르~륵"

그제부터 스피커가 죽어버린 아이폰에서 방정맞게 부들들 거리면서 또 한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동샌님

나 : 네엠.

동샌님 : 뱅킹되지?

나 : 어? 어..어..

동샌님 : 돈 있지?

나 : 어? 어어..어.

동샌님 : 짐 바로 쏴. 우리은행 계좌 알지?

나 : 아! 어어..

동샌님 : 한 이십만원만 넣어.

나 : ..... 술 쳐 드시게?

동샌님 : 아놔,....  갚으크라.

나 : 엇!@..  어..어..

동샌님 : 바로 쏴라.

나 : 어어.

동샌님 : 뚜뚜뚜...



으음.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그래. 돈달라는 전화였었구나..

뭐, 그래. 난 좋은 옵빠니깐. 쏴주지. 갚는다는데 뭐.

한 10여초만에 이십만원을 쏘라는 명령(?)을 받은 후, 착실히 실행에 옮기려 익스플로어 창을 띄웠다.

그 때 다시금 부들들거리는 폰.

  ' 뭐야, 더 달라는 거야.. 아놔 지집애...쩝.. '

폰을 보니.

형아.

나 : 네엠.

성님 : 쌍아~ ㅏ어미렁나ㅣㅁㄹ아 (술 쳐 드셨다.)

나 : 마셧구려.

성님 : 그래, 한 잔 마셨다. 왜~~~~~~에~~~? 

나 : 아니, 걍.. 그런 듯 보여서..

성님 : 어디~~~~애~~~아~~? (아주..늘어졌고만..)

나 : 나? 집이지. 

성님 : 알아! 당연하쥐이... 니가 이 시간에 집에 있을 거란 예상이 되니깐, 전화한거야~~~~아~~!

나 : (이것들이 쌍으로 아주 그냥..) 아니거든! 할 거 많기도 하고, 뭐 여튼 그래..

성님 : 그러니깐, 왜~~~ 헤~어~~~졌냐아아~~ (헐.., 듣지도 않는다. 내 말은..)  


나 : 그게 이 대목에서 할 말이냐?

성님 : 아! 하긴.. 헤어질 만 하니깐, 헤어졌겠지.  쌍아. 오늘 이 형아가 기분이 아~~~쭈~ 좋아서 한 잔 했담마!

나 : 어,그러니깐.. 퍽이나 좋아보염서.

성님 : 어, 그래..  근데, 타나나ㅑ래패ㅔㅔ제징퍼탸ㅕ가ㅔㅂ자에람닟라  

나 : 어.  아.  어.  (뭐라 그러는지...원, 열심히 들어주는 모드)

성님 :  아! 근데 민정인(동샌님) 전화 안받더라..  목소리 들으려고 했는데~~에~~

나 : (순간, 뜨끔. 이노무 기집애 전환 왜 가려가며 받는거냐!! 방금 술쳐먹으러 갔다고 말하진 못하겠고..)
       아직 일 안끝났을 거야. 이따 해봐

성님 : 어. 그런가? 흐응..  알았어, 상헌아.. 오늘 이 형아가.. 타터ㅏㅣㅓ나멀;ㅁ널ㄴㅇ;ㄹㄴㄹ   (생략)

나 : 어. 알았어.알았어. 어여 들어가서 쉬어. 전화할께~

성님: 어? 아.. 어어... ㅋㅌㄴㅇㄹ뱌ㅕㅂ랴

나 : 뚜뚜뚜...



후우..

전화를 끊고나니, 방금 새삼 깨달았다.  

우리 삼남매의 관계가 이런식인거였군.

후훗.

근데, 짧은 시간동안 전화통으로 번갈아가며 원,투 한방씩 맞고 나니 괜시리 정신사납다.

뭔가.. 심란하고, 헛헛하면서도,멜랑콜리해져버리는 이 기분!!!!!!

제길.

하필이면, 금요일 밤에 말이지...

췟.

도움 안주는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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