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utnik의 무한궤도


몇 만년만에 여자사람친구와 통화를 했다.

연락안한지 그렇게나 오래 되었는 줄 몰랐는데, 헤아려보니 7-8개월이 다되었던 것 같다.

그 사이 주기적으로 몇 번 전화를 걸었는데, 번번히 불발되어서  '바쁜일이 있겠지. 깜빡했겠지.' 하면서 넘겼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 애의 소식은 종종 듣고 있는 터라.. 궁금해서라거나, 의무적으로라거나 할 필욘 없다 여기면서 스스로 위안삼았나보다.

이제와 그 녀석과의 관계라는걸 돌이켜보니....

뭐랄까, 속풀이 같은...그런 상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는...  통화상으로라도 "이렇고, 저렇고, 이랬었어.  나 이제 그간 보고 끝났다.! 넌 뭐 없냐?"

하는 류의 대화를 자주 했었던 것 같다.

그냥. 존재의 무게감만으로도 뿌듯함과,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았기에..

의식적인 대화와 의무적인 연락이 없어도, 마음 한켠엔 만들어놓은 관계랄까 싶은..  언제든 꺼내어 위안이 되줄 수 있는 친구.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었나 싶다.

...

그런 그 녀석에게 요 근래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고 싶었나 보다.

'난 보고할꺼 되게 밀렸는데.. 넌 어쩜 그러니!'  라고 생각하며 벼르고 지내오는 중에..

오늘, 메신저로..그 녀석과 같이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에게서 그 녀석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곤 한마디..

"나, 그자식하고 연 끊을꺼야. 깔끔하게 쌩깔꺼면 쌩까잔다고 전해줘. 앞으로 연락안해두 되고.. 삐진건 아니니깐. 맘편히 생각하라 그래, 나 정말 괜찮다고...."

라고 말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저녁에 그녀석의 전화가 걸려왔다.

연락하게끔 의도하긴 했지만, 이렇게 바로 리액션이 올거라고 기대하진 안았는데...흐흐.

첨에 틱틱거리긴 했지만... 

역시나 또 다시..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토해낼 수 있는건 다 토해내고, 하고 싶은 말은 죄다 털어놓은 것 같다.

고해성사 하는 그런 기분으로 말이지..

...

나란 놈이..

뱉어낼 꺼리라던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그런 것들은 꽤 쌓아두고 살면서..

남들보다 좀 더 민감한 탓인지...스스로의 자격지심인지..  아님,  그냥 뒤틀린 성격인지..

잘 들어주지 못한다 여겨지는 사람에게는 뱉어내질 못한다. (아니, 뱉어내되 내가 원하는 그런 "뱉음"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다.) 

아무렇지 않은 관계의 사람이거나..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상대에게는..

그들에게는 되게 커다랗고, 부담되고, 고마울 말일지언정..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져내는 편이긴 한데..

뭔가 내가 원해서랄까 싶은 맘이 들때에는 여지없이 꼭 특정한 몇 몇 사람들을 찾아 헤메는거 보면....

나란 놈은.. 더불어 사람의 심리라는건.. 의외로 되게 간단하고, 단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보통 내가 이럴땐, 거의 대부분을..

번번히, 들어주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어떤 말이든 건내기 어려운 말들을 뱉어내게 되는데..

그럴때마다, 그냥 잘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도, 나도.. 해답을 원한다거나, 형식적인 위로를 원하는건 아니란걸 알기에..

"잘 들어주기" 라는게.. 그 "자세"라는게...

얼마만큼의 큰 힘이 되고, 위안이 되며...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어설프게라도 알게 된 후에는..

이런 상황에서의 그들의 존재는 참으로 크고 무겁다라는걸.. 이젠,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 같다.

...

반대로 생각해본다.

나 또한, 그들에게 그런 사람이고 있는지..

그렇기에, 그들과 내가 통하는거 아닌가.  라며 쉽게 결론내리곤 하지만..

잘 들어준다는건..

정말이지 쉬운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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