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utnik의 무한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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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이영도..

"드래곤 라자" 라는 소설로 판타지라는 장르를 정착시킨 인물.

나 또한 드래곤 라자를 읽느라 만사 팽개치고 허우적댔었던 기억이 난다.

원체 책을 읽어도 오래 기억못하는 새대가리인지라 내용 자체는 가물가물 하지만서도..

그때의 흥분과 떨림은 아직까정도 희미하게 느껴질만큼 책에 빠졌었던든 싶다.

그 이후로 새로운 신작들이 나오면 나오는 족족 읽어야지 다짐했음에도..

이제서야 읽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형 판타지의 새로운 시도니 어쩌니 하면서 나올당시..

큰 이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권을 빌려보게 된후  그 두께하며 왠지 그때 당시 익숙해져있던 드래곤,드워프,엘프,용 등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눈에 읽히지가 않았었지 싶다.

익숙하지 않음에 외면해버렸던 그때의 내가 이해안될정도로..

이번에 다시 읽을때에는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만화,판타지,무협지..

흔하게 얘기하는 별 도움안되는 책들의 종류.

상업적이니 흥미위주니 이런저런 말들이 많아도, 무언가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면야 그게 무슨 종류의

책이던간에 자신에게는 그게 가장 좋은 책인것이 아닐까나..  (책이라는 범주에 놓았으면 그게 어떤 종류든

지간에 다 똑같다는 생각이다.)

원래 이영도 작가의 책들이 난해하다던가 철학적이라던가 하는 등의 이유로 다른 판타지 소설들과는 사뭇

다른종류의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또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세계관과 종족, 설정들을 생각해서 창조해낼 수 있는지 그분의 무한한 상상력에 경의를 표할

따름이다.

식상하다 말하기 조차 지겨운 내용들의 판타지들이 수돗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작금에, 쩍쩍 갈라진 논밭에

뿌려지는 봄비마냥 반갑고 소중한 선물이라 할 수 있겠다 싶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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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두고 논함에 있어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그 어느 누가 따질 수 있겠느냐마는..

여기서 나오는 나가,레콘,도깨비,인간 의 네 종족처럼..

인간은 본디 불완전한 존재로서 타인과의 관계와 소통을 통해, 스스로의 부족함을 채워나감으로써 자아의

완성 및 실현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도 않을 뿐더러, 어느 누구도 모자라지도 않다.

어느 누구도 옳지 않을 뿐더러, 어느 누구도 틀리지 않다.

삶에 있어서 무엇을 원하고, 추구하는 지는 이땅에 숨쉬며 살아가는 존재의 수만큼의 이유가 존재한다.

다만, 그 각기다른 이유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외면할 뿐이다.

라는게 내 생각이다.


자신만의 철학을 흔히들 개똥철학으로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에게 가끔 되묻고싶다.

그런 개똥철학이라도 가져봤냐고..

나 또한 되게 말도 안된다 생각하는 개똥철학..똥꼬집이 있다.

다른 누군가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냥 가타부타 말할 수는 분명히 있다.

단지, 말하기만 할 뿐 궂이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말았으면 한다.

그 개개인의 은 그 개개인의 소유이므로..

그 각각의 의 결정권자는 그 각각이 되어야 하므로..

이 소설에서 숙원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레콘의 숙원.

숙원이라는 단어 자체를 생소하게 느낄만큼 깊게 생각해본 적도 없고, 크게 와닿았던 적도 없었다.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그 생경한 단어가 백삼십볼트쯤 되는 찌릿한 충격을 주었다.

자기만의 확고한 그 무언가가 있다면야..

어떤식으로 살아가던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든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대사를 적어보련다.


"네 마리의 형제 새가 있소. 네 형제의 식성은 모두 달랐소. 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독약을 마시는 새,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가 있었소. 그 중 가장 오래 사는 것은 피를 마시는 새요. 가장 빨리 죽는 새는 뭐겠소?"

"독약을 마시는 새!"


고함을 지른 티나한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 보자 의기양양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케이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물을 마시는 새요."


티나한은 벼슬을 곤두세웠고 륜은 살짝 웃었다. 피라는 말에 진저리를 치던 비형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의 눈물을 마시면 죽는 겁니까?"


"그렇소. 피를 마시는 새가 가장 오래 사는 건, 몸밖으로 절대로 흘리고 싶어하지 않는 귀중한 것을 마시기 때문이지. 반대로 눈물은 몸밖으로 흘려보내는 거요. 얼마나 몸에 해로우면 몸밖으로 흘려보내겠소? 그런 해로운 것을 마시면 오래 못 사는 것이 당연하오. 하지만."


"하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군."


케이건이 비형에게 건내는 이야기 중




주위를 둘러보면 "피를 마시는 새" 가 분명 있다.

나또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테지만..

적어도 적당히 들을만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새가 되었으면 싶다.




      덧.    사람들의 마음이 역시 …으로 가득 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많은 부분들이 훼손되어 안타까움을 일으키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카시다 암각문> 중 일부.

              -> 미움을 써넣어야 할지.. 사랑을 써넣어야 할지..  아직까지는 써넣을 수가 없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