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utnik의 무한궤도

원래 정신(생각) 없이 산다는 말을 무척이나 싫어했었다.

그 주체가 되는 것이 일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어떠한 상황이 되었든..

그 안에는 어떠한 이유로든 짧은 여유와, 생각할 시간이 주어질 수 있는거라고 믿고 있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어떤 누군가가 나에게 들어 그런 얘기를 하며 변명아닌 변명을 할 때면 썩 기분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거 보면, 내가 이제껏 그러고 살았었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모냥이다.

어느 누구에게든 말이다.



.

아는게 많지도 않으면서, 배운게 많지도 않으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섵부른 판단과 말만으로 무언가를 헤쳐나가게 되는 것 같은..

적어도 나에게 지금의 일은...뭔가 첫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지지 않아 엇나가는 것만 같아서 괴롭고 힘든 맘이 더 컸다.

그런 와중에 믿음을 줘야했던 선배나,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했던 나 자신에게 실망감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버렸던 순간, 더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하고 불편했었던 것 같다.

왜 해야하는지 몰라, 더 알려 하지 않았고..

계속 해야되는지 몰라, 더 다른 것만을 바라봤었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좀 많이 나아져서, 희미하게나마 앞을 바라볼 수 있고, 다짐할 수 있게 되어 조금은 맘이 편하다.


공부.

배우고 싶었던건 여전히 시작조차 안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필요에 의해 배워야 할 것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시작하고 있다.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시작한 학교 교육은 꾸역꾸역 맞춰나가고 있는 것 같다.

학원처럼, 무언가 대가를 지불하고 배워야한다는 것에는 멍청하고, 무모할 정도로 인색해서..

어떻게든 혼자 끙끙대며 하는 편이라, 더더욱 쉽고 편하게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래도 그게 어떤것이 되었든 배우고 공부해야 된다는 기본은 어느정도 지키고는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

정말 이성이라던가 사랑이라는 감정은 꽤 오랫동안 꿈꾸지 말아야될...  오버하면 금해야될 사치라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고는 때가 되면... 이라던가, 마음만 먹으면.. 이라던가 하면서 스스로 위안삼으며 지내왔었던 것 같다.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가둬왔었던 부분은 좀 풀어야 될 때가 된 것 같다.

괜시리 더 바보같아지고, 주눅들고, 자신감 없어지는 내 모습이 더 싫어지는 요즘이기에..


가족.

여전히 아버지는 몸이 편칠 않으시고.. 어머니 또한 덩달아 좋다 말다 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당신들 때문에 니들이 고생하는 것 같아 항상 맘 불편해하시기에..  항상 잘 지내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자주는 못가도 내려갈때마다 얼굴만 봐도 아는데..

아니, 궂이 대면하지 않아도 목소리만 들어도 알고.. 목소리 안듣고 조금만 생각하면 힘들다는 것 뻔히 아는데..

알면서도 아닌척, 해줄 수 없으면서도 해줄 수 있는 척. 하기가 더 힘든 요즘이다.

그래도, 내가 잘 되야지.. 그게 더 나은 행복이시겠지.  하면서 살아야되겠지..


건강.

스스로 부쩍 몸이 많이 안좋아졌다고 느낀다.

지난 한주는 내내 설사와 복통에 미치는줄 알았다. 찡그릴 만큼 아프진 않아서 티 안내게 된게 다행이지만..

오늘까지도 여전히 불편하고, 아프고, 거슬린다.

더불어..워낙 민감한 몸뚱아리여서 그런지..

무엇에 그리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건지..

몇달째 찢어진 입술은 나을 생각을 않고, 헐어버린 코는 더이상 내 코가 아닌것 같다.

살 붙는 것도 더럽게 신경쓰이는 편이라.. 정말이지 제대로 건강관리 시작해야될 것 같다.


립.

얼마전 누나에게 이제 제대로된 독립을 하네.. 라는 흘려듣는 말을 듣고서야..

서른한해를 살면서 이번이 첫 독립이 되는거구나 라고 새삼스레 느꼈었다.

아.. 정말 혼자 살게 되는거구나.  이 서울땅 어딘가에 있는 몇 평 안되는 공간에서 이제 새로이 시작하게 되는거구나.

설렘, 두려움, 긴장,..   꽤 많은 감정에 휩싸이면서도..

설레이는 맘이 젤 큰 것 같다.   꿈꿔왔던 것 중 하나는 이뤄지는 셈이니..




방금전까지도 용석 아방과 통화하며..

이 모든것 때문에 정신없이 살고 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 보면.

바라봐줄, 들어줄... 누군가를 원하는 단순한 외로움인지.. 

싫어했었노라고 말했으면서도,..

'정신없이 사는 것 맞네.'  라고 말하는게 맞는건지..

잘 모르겠는 밤이다.

...

낼 시험인데.... 뭐하는 짓인지..

공부나 해야겠다.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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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는데, 올 해 들어 첫 포스팅이구나.

매번 돌아보며 느끼는 시간은 무심하게도 너무 찰나의 순간처럼 느껴진다.

꽤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무의미한 시간들만 겹겹이 쌓여왔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한가지 눈에 띌 만한 (수 밖에 없는..) 일이 있었다면 새로이 학업을 시작했다는 것.

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3학년 편입!

저번주부터 시작된 개강으로 인해, 안바쁜 척 하면서 실상은 바쁜 척 보내려고 애쓰는 "요즘" 이다.

꼭 공부를 해야겠노라고 다짐했었던 때가 있었지만, 이런 시기에 이런 방법으로 이렇다할 꼭지점 없이 시작하는 건 솔직히 그 때 그 시절 다짐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무언가를 찾고, 무언가를 얻기 위함이라며 스스로를 자위하면서 생전 해본적 없는 "생활계획표" 까지 짜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거 보면..

해보고 싶은, 그리고 하고 있는 산더미 같이 쌓아놓은 일들을 쪼개고 쪼개며 아둥바둥 사는 것도 생각했던 것보다 썩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금의 마음가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최대한으로 이뤄나갈 수 있는 그런 시발점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다시금-매번-시도때도없이-항상 부르짖던!!!

블로그 또한 제대로 갈피를 잡고 관리해야 될 듯 싶다.

보고, 듣고, 느끼기에만 열중했던 지난날이여 안녕~  하면서 말이지..

^^



"첫키스만 50번째" 의 엔딩즈음 흐르던 이 노래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38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하와이 원주민 출신의 가수.

엄청난 거구의 몸으로 저리도 해맑게 웃는 모습이란. 참...

동영상 끝자락, 그의 마지막을 배웅하러 모여든 수많은 인파.

울림을 남기는 목소리..

그 말이 참 어울리는 사람.

좋구나.




요즘 대화를 할 때, 이상하게도 상대방의 말투 하나하나가 되게 신경이 쓰인다.

억양, 단어, 느낌, 분위기 등.

왠지 모르겠지만, 그 사소한 말투 하나 하나에 그 사람의 모든것이 담겨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버려서..

대화를 이어나가기가 퍽 힘들 때가 가끔 있다.

무언가에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그렇겠지 하고 넘기기엔..

조금씩 쌓여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왠지 불편하다.

아니,

단지, 알고보면 사소한 것이라도 점점 누군가에게 휘둘린다는 사실 자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인가?

으음. 역시나 이런식의 사고는 나 스스로 힘들어져서, 쉽게 관둬야겠다 싶다.

후우.

나의 이런 생각이 어느 누구에게도 피력되지 않았으면 했는데, 여기따가 끄적이는 것 보면..

실은 별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
.


되도않은.. 1여년전의 사진으로 저작권법 위반 폭탄을 맞고..

또, 한번 설에서의 경찰서 조서를 받고 온 후...

의도와는 달리 블로그를 멀리하게 되더라.

..
.

라기 보단, 역시나 여전히 맘이 무겁고, 머린 더 무거운데..

손꾸락까지 무거워 죽겠는 탓에.. (결국 게으르다 이말이다.)

방치해놓았었다.

아아아!

빨리 붐업 해야하는데 말이지.

..
.





라고 한다만,

흐음.. 

내 기준으론..

 " 결혼식, 명절 집에 갈 때, 정말 이쁜.. 아가씨와 간만에 만나는 주말 데이트."

정도에 그나마 세미 정장이랄까, 입긴 하지만..

그래도, 저건 너무하자네.

저 날짜를 빼면, 거진 일년 몇백일을 그냥, 허주그렁... 캐주얼.. 막..입고 댕기는데,

허얼..

역시, 옷이 날개라는 옛말이 그르지 않는단 소리냐.

가뜩이나, 다음주 근 8개월 만에 명절맞이 제주로 뜨는데..

뭘 입고 갈까, 생각 중이었건만.. 닥치고 수트라고 하는 것 같네.

떱.

내 기럭지나, 면상이..이런 정도면 몰라..


그럼, 그렇다 치겠지만..

뭐,

그래도, 울나라 연옌중 최강은...  역시, 차간지!!!!

꺅!



멋져부러!   시티홀에선 아주 그냥.....+_+

시발, 기럭지...

아... 부럽.

.



너무 오랫만에 들려보고 써보는지라 어색한 감정이 먼저 든다.
남들 포스팅을 보는 행위는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내 블로그에 끄적이는 행위는 갈수록 힘들어지니..

아니, 힘들다기보다 의지박약이랄까..

어느 순간을 지나치고 난 후 부터는.. 감정도, 사고도 멎어버린게 아닌가 싶을 만큼 막막함 만을 느끼고 사는 것 같다.
깜깜하고, 어둡고, 시리도록 외로운..
그럴때마다 매번, 그 시기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인거라고 되뇌이곤 했는데..
순진하게도, 그 되뇌임만큼 쌓여가는 무언가가 있을거란 생각은 하질 못했던 것 같다.

어떤 일을 하거나 마음먹기에 있어서..
그 켜켜이 쌓아뒀던 그것의 높아진 두께만큼이나, 쉽사리 다가서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면, 지금 가진 우선순위의 문제가 해결이 되고 난 후!  라는 전제를 덜컥 눈 앞에 맞닥드리게 될때, 다른 어떤것들도 손에 잡히지 않게 되버리는 지랄같은 성격때문일런지도..

언제부턴가 "수월타." 라던가 "잘 풀린다." 라던가 "좋은 것 같다" 와 같은 왠지 뜨뜻하게 느껴지는 말들이 주는 여운을 느끼지 못하게 되버린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선, 해결보고 앞을 가는게 아니라, 나아가면서 풀어가는게 더 낫다! 라는걸 알고 있음에도, 왜 매번 전전긍긍하게 되는건지 모르겠다.
걱정이 태산같더라도, 머릿속이 터질 듯 상념이 많더라도..
그렇게 움츠리고 있다고 해결되진 않을꺼면서..  딱히 무서울게 없던 시절도 없었어서, 과거를 회상하며 찌질될 이유조차 없음에도 불구하고, 뭘 그리 시작하기가 힘든건지..
하나씩 풀어나가는 방법 또한 지나온 삶 언제쯤엔 겪어서 알고 있노라고, 또렷이 기억하고 있노라 생각했건만, 단순한 착각이었는지..
아니, 실은 적당히 취해서 몽롱한...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보려하지 않고, 그 어떤 것에서도 제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반성[半醒][각주:1] 상태였었을지도 모르겠다.   

...

흐느적 거리는 내 자신을 쳐다보는게 가장 힘들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만큼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앞서 꺼내놓질 못하겠다.
이런 말을 끄적거리는 것조차 얼굴이 새빨게지도록 쪽팔리는 짓이라고 되뇌이면서도, 끝끝내 쓰고 마는건.

내 마음 어느 한 구석탱이에 쳐박혀 자리잡고 있을 내 온전한 기억에 대한 향수이자, 그리움이요.
다시금 개선되길 바라는...확인이요. 다짐이길...
말과 글이 가져다주는 순간의 헛헛함으로 끝나지 않을 진심어린 반성[反省][각주:2] 이길..

간절히 바래본다.



  1. [명사]술이나 잠이 반쯤 깸. [본문으로]
  2. [명사]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봄. [본문으로]

아버지는 전형적인 부산 사나이다.
무뚝뚝하고, 표현에 서투른데다, 성격은 엄청시리 급한 다혈질의 경상도 사내.
고생하고 외로워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어릴적 형과 자주 나눴던 말 중 하나가 "아버지처럼은 하진 말자." 였다.
밥상머리 앞에서든 어느때든, 그냥 장난삼아 나누었던 얘기였노라고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점점 형편이 어려워져가고 점차 머리가 굵어가기 시작하면서 정말로 "닮지 말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서로가 차츰 갖게 되었었던 것 같다.
단순히 성격을 두고 했었던 말이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을 지나면서 부터는 "아버지" 로서의 본연의 모습에 실망했던게 아니였나 싶다.
작금의 현실이 아버지로 인한 것이었는지, 다른 일로 인함인지 솔직히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어렴풋이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하곤 하면서도, 그래도 조금 더 생각하고, 고민하며, 느꼈던 것이라고 기억하지만, 왜? 냐는 물음의 답을 구하기도 전에 닫아버렸던 내 마음을, 나 혼자만 몰랐었던 것 같다.

집안이 어려워진 후, 형이든, 동생이든, 사정을 아는 주변 지인들의 입을 통해서 들려오는 나란 애는..
대인배요, 착한 애요, 효자요, 속 깊은 애였었다.
그렇다고 스스로 인정했던 적은 없었노라고 생각한다.
단지, 당연한걸 왜들 그렇게 이유를 갖다 붙이고, 지레 더 심각하게 구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어서, 어느 누구라도 내 처지에서는 다들 그렇게 할꺼라고, 하는게 당연하노라고 일일이 설명했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년 여를 달려왔다.
지금 또한 예년의 그 생각과도 그때의 환경과도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조금 아쉽고, 조금 서럽고, 조금 안타까운 감정에 혼자 시커먼 구렁텅이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던 때는 있었던 것 같지만, 그것 또한 어떤 이유에서건 누구든 한번쯤은..(혹은 꽤 오랜 기간동안을..) 지나가는 과정인 거라고 생각하곤 했을 뿐이다.

그렇게 지내다가 문득 생각해보니, 언제부터인가 자식들이 아버지와 통화(대화)하는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니 하질 않았다는게 맞는 것 같다.
어머니를 통해 듣는 안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는지들.. 나조차도 아버지와 직접적인 대화는 거의 하질 않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노라고, 단지 무슨 얘기를 해도 "어" 한마디 외에는 별 말씀을 하지 않으시는 아버지와의 대화가 왠지 어색하고 껄끄러웠을 뿐이었노라 생각할 따름이었다.
미움이나 후회의 감정이 조금씩 조금씩 쌓여서 나도 모르게 이끌린 선택이던가 하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질 않았었다고 여겼었다.
그냥...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꺼라고..
여느 집의 무뚝뚝한 아버지와 아들과의 관계.  더군다나 떨어져 살게되고 나니 더더욱 소원해진 가족간의 관계.
딱, 그 정도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그런 와중에 아버지의 건강이 조금씩 나빠지기 시작하셨다.
삼형제가 모두 육지로 와서 사는 동안이라, 직접 보질 못하니 그만큼의 실감 또한 느끼질 못하고 있었다.
전혀 그런 내색따위 하지 않을 어머니란걸 알면서도, 주기적으로 통화하게 되는 어머니와의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나마, 수화기를 통해 흘러오는 분위기를 느끼며 어느정도는 알고 있는 거라 생각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심각했었나보다.
여차했으면 큰일 날뻔 했노라며, (물론 상황이 다 지나고 난 후, 연락하셨다.) 그 간의 사정을 전부 전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 크게 여기질 못했었는지..
단순, 혈압으로 야기한 문제라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급한 상황을 넘기고 나서 지금은 문제없노라는 말을 들으며, 정말 바보처럼 "문제없겠지" 라고 생각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간 해오던 버릇인마냥, 아버지께 전화 한통 하질 넣질 않았었다.
머릿속으론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

이틀 후, 퇴근 즈음 회사에 있는동안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내가 전화를 받기 어려운 것을 아시기에, 전혀 이런적이 없었다.)
받자마자 버럭하시면서, 니들이 자식들이냐는.. 어떻게 아버지한테 전화한통 안하냐는..어머니의 말씀.
순간 당황스러웠으나, 그런 놀람의 순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 또한 뭐라뭐라 말을 해댔었다.
오늘 퇴근길에 통화하려 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지.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하셨을텐데... 그래도 일하고 있는 와중인걸 알고 있으셔서 그런지 알았노라며 바로 전화를 끊으셨다.

괜시리 무거워진 마음... 머릿속으로만 굴려대던 생각의 조각들이 천근만근이 되어 양 어깨를 사정없이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 실한 무게감에 이끌려, 퇴근하는 길에 바로 아버지께 전화를 넣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예닐곱 차례의 문의와 안부를 전함에도 여전히, "어" 외에는 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그런데, 약간 달랐다. 여느 때와 같은 말투,억양이라고 생각할 즈음... 비로소 느꼈다.

참.. 내가 모자랐구나.
가만히 귀 기울여 듣고 있으면, 단 한글자 말일지라도 이전과의 다름을 느낄 수 있는건데..
어떤 감정을 갖고 있을지라도..
아픈 사람은 아버지였는데,..
혼자서 골백번을 생각하며, 무슨 결론을 내렸든..  그건 단순히, 내 기준으로 결정지은 내 감정의 찌끄레기였을 뿐인데..
지금 내게 주어진 현재의 삶이란게, 어떤일로 인해서든, 무슨일로 인해서든..의연하게 대처하며, 노력하고 선택한 결과인 것일진데, 마음 어느 한 켠에서라도 무얼 탓하고, 무얼 원망했었는지..

착각이었는지, 그 착각을 오해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어" 라는 말 한마디에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발가벗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원래 그랬었던 마냥 착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오늘의 "어" 라는 말 한마디에 느껴지는 내 불편한 심기가 반증하듯, 그 간 남몰래.. 아니 사실은 잘 눈치채지 못하게..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고스란히 담아 무언의 반항을 했었더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힘든 크기만큼 가족 누군가 또한 그만큼 힘들텐데..
따지고보면, 참으로 이기적일 수 있는 생각일텐데..
그 중에서도 가장 불편하고 어려웠던건...
이런 생각의 고리들 조차도 당연시하게 여겼던 내 자신에 대한 책망이다.
옳다,그르다의 문제이기 이전에 혼자만의 편협한 생각으로 결정지으려 했던 내 자신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는 그 순간이 가장 불편하다.

...
..
.

결국.. 어쩌겠다, 어쩐다 뱉어내고 보니..  글로 잘 추스려지지가 않는다.

다만, 이 글에 조금이나마 표현된 내 마음이.. 언젠가 다시 한번 읽게 될 즈음, 부끄럽고 오만하고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면 싶을 뿐이다.

..
.


      덧. 저녁 나절에 다시 어머니가 전화 오셨다.   오후의 일로 괜히 맘에 걸리셨는지, 그 간의 일을 다시 설명해주셨다.  "정말.. 미안해요, 어머니. 제가 어리석었어요..." 끝내, 하지 못한말.. 이렇게 글로나마 끄적여본다.
      

내 서른살은 어디로 갔나


그대 서른살은 아름답다.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다.
어리지도 않고, 늙은 것도 아니다.
불안정 속에 안정을 찾아가는 그대는 뜨겁다.
서른살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남은 인생을 결정한다.


- 신현림의《내 서른살은 어디로 갔나》중에서 -

난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고 생각하진 않는 편이다.
더불어 어떠한 수준의 부탁일지언정 누군가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행위 또한 왠만하면 하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차라리 속으로 꿍꿍대며 삭히던가, 오래걸리든 좀 더 돌아서가든 어떡해서든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성향이 좀 강한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부탁하는 것을 질색할 만큼 꺼린다거나,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마저도 외면하는 외골수적인 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랬으면 내가 힘들고 어려웠을때..그 큰 돈들을 빌렸던 일들은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테니까...
그랬으니 지금의 내 주변에 있는 지인들의 나에 대한 평가를 기쁜 마음에 받아들이게 되는것이라 생각하므로.....
유형이든 무형이든 무언가를 받는것 또한 익숙치 않아  말로는 원한다고 수차례 입방정 떨지언정, 정작 주는 경우에 제대로 받으려 했던 기억도 많지 않다.

반대로 주는것에 인색하지 않아 펑펑 퍼다주는 스타일 또한 아니지만, 보통 왠만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경우의 일은 아무 생각없이 해주곤 한다. 물질적이든, 아니든...
궂이 재고 따져봐야 내 골만 아플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너가 원하는 일인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지 싶어서라도 부탁한 사람이 되려 미안할 정도로 그냥 승낙하곤 한다.
물론, 그냥 넘어가지 않고 입으로 궁시렁궁시렁 거리고 튕기며 나불거리긴 하지만 말이다.   ㅡ_ㅡ;
분명 어떻게보면 웃기는 놈이라는걸 나 스스로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그게 나란 사람이란걸 주변에서 또한 그리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살다보니 마음가짐이란게..이렇게 내가 의식하는 수준보다는 좀 더 높은편이 아닌가 하며 골똘히 생각하게 되는 순간을 맞닥뜨리게 될 때가 있다.

바로 얼마전.. 첫번째 경우.

동생이 연락이 와서, 자기가 필요로 하는 해답을 구하고자 내가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는 말을 했다.
별 큰 부탁도 아니거니와, 그 정도는 아무런 부담없이 되겠지 싶어 지인에게 부탁을 했는데..
근데, 왠걸 되게 꺼려하는 기색이 눈에 띄게 보이는거다.
그래. 자기가 동생이 원한 당사자가 아니라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하는 경우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암만 생각해봐도 그 정도의 반응은 아닐 듯 싶은데.. 
(소개라는 말 자체가 거창해 보일런지 모르지만, 동생도 그도 소개받아야 할 다른 누구도, 그리고 나도.. 죄다 서로 아는 사람에 해당하는 경우였다.)
좀 더 생각하고 있으니, 내가 그 상황이면...  반대로 간사하게도...그가 나에게 이런 류의 부탁을 했었던때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더 진탕으로 빠져버리게 되는 상황.
허무하고, 씁쓸하고, 왠지 속상해지는 기분.

두번째 경우,

아는 후배에게 방송국에서 견학을 부탁하고자 연락을 했다.  이 또한 내가 아닌 내 지인이 내게 부탁을 한거라.. 뜻을 전달하고자 연락을 했는데..
그 또한 눈에 띄는 반응.  이건 위의 경우와 달리 좀 아니다 싶은 느낌은 처음부터 약간 있긴 했지만..
궂이 그정도의 리액션은 되려 말한 내가 더 부담스러울 거란걸 아는 앨텐데..
이 경우 또한 그리 어렵다거나 힘든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했건만..  그러질 않더라.

애초 내 성격상 무얼 요구하고, 바래질 못한다. 
그렇게 하는데는 내 스스로 납득할만할 그럴만한 이유가 서너가지 되지 않는 이상..
되려 그 쪽에서 내 의중을 모르고 해주려할때가 아닌 이상, 정말이지 단순히 쪽팔려서라도 무얼 바래진 않는단 말이지.
단지 이 두번의 경우에는 내가 생각하기론 내가 그에게 그래도 될만한 이유 또한 있음이 충분하다 싶었고, 정말 부담스럽지 않은(어차피 내 주관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부탁이라 여겨졌기에 정말 편안한 맘으로 얘기했건만..

서글프다. 그리고 왠지 속상하고...

이럴때 보면..소심하다거나, 별거 아닌일에 그런다거나 하는 얘기를 종종 듣곤 했었던 기억을 끄집어내며 합리화 시키고 위안 삼지만..

매번 부딪칠때마다 생소하고, 서글프고, 이질감이 느껴지는 이런 기분.

좋지않다.

아니, 약간 두렵다고 해야되나..
이렇게 고민하게 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과, 상대 또한 그럴 수 있다고 넘겨짚어 생각하는 것과, 비약해서 도대체 허물없다거나, 편하다거나, 친하다거나, 위한다거나, 배려한다는..
등등의 갖다부치면 말도 안되게 많을 여러 상황과 이유와 그럴싸한 합리화.
등을 살아가며 계속 목도해야된다는 사실을 말이지...
(물론 그럴만한 관계가 아닌 경우에 벌어지는 상황들은 해당 사항이 없다. 애초 그럴 맘도 없거니와, 어쩔 수 없이 그럴 때엔 또 다른 가면을쓴 내가 발동되게 될테니..)

아니.. 실은,  "니가 오바하는거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경우 아냐... 저 경우."  라고 누군가 말할 꺼 같아 두렵나.   ;;


쩝. 쓸수록 점점더 갖다가 붙여지는 형국이라 이만 써야겠지 싶다.

그냥. 좋지않다!

라는 느낌으로 마무리 짓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