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utnik의 무한궤도


어떡할까 고민하다 보니.. 그나마 넣을 만한 거라곤,  만두.
만두라...

떡국은 뭐니뭐니해도 소고긴데..
소고기 떡국은 정말 맛나게 끓일 자신 있는데...

어릴적, 그런적이 한번 있었다.
귀찮아서 인지, 나름 새로운 떡국으로 놀래켜줄 심산이었는지, 여지껏 먹도 보도 못한 이상한 무언가를 넣어서 떡국을 끓여주셨다. (기억이 안난다. 주재료가 무엇이었는지는..)
밥상 머리에 삐잉 둘러앉은 엄니를 제외한 울 가족은 당연히 소고기! 였겠거니 하고 한 숟갈씩 떠 먹었는데..
아뿔싸.
였다.
(울 엄니는 요리를 못하진 않으시는데, 중요한건 할 때마다 맛이 다르다는 거다. 그렇게 하기도 힘들텐데도..매번 몰모트 마냥 미지의 새로운 맛을 경험해야 했던, 울 가족들..)

난 그래도, 억지로라도 먹어야지..싶어서 꾸역꾸역 넣을려는 찰나, 이곳저곳에서 한마디씩 한다.
이거 뭔지, 왜 평소 하던대로 안했는지, 아놔 계속 이러면 같이 살기 힘들겠다든지..도저히 못먹겠다든지 등등.
결국 그날 했던 떡국은 1/5도 못먹고 남기게 되었는데..


그때 기억이 아스라이 떠오르면서 어떻게 할까 잠시잠깐 고민했건만, 방법이 없었다.
주변에 정육점도 없을 뿐더러, 시장은 오늘 하루 열지 않을테고.. 그렇다고 옆집에 가서 소고기 한덩어리만 빌릴 수 도 없고,

원래 하던데로, 멸치에 다시마에 새우 몇놈 던져넣고 국물 우려낸 후, 만두 몇개와 떡국을 넣고 간단히 끓여봤다.

...
..
.

못 먹진 않겠는데.. 뭘 먹는지 모르겠는 기분은.
젝일.

몇년이 지난 지금, 엄니 심정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만큼 기분이 알싸해지긴 했는데, 혼자 살면서 느는것이라곤 내가 해논 밥상 내가 맛나게 먹는 방법!

고이 모셔뒀던 참치캔 하나 따고, 김치 뚜껑 열고 무작정 섞어서 먹어봤는데.

후훗. 다행이다.  먹을 만 하다.

어찌되뜬 이렇게 떡국 한그릇 국물 한톨 남김없이 먹고나니.

이젠 어엿한 서른살.

음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