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utnik의 무한궤도

난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고 생각하진 않는 편이다.
더불어 어떠한 수준의 부탁일지언정 누군가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행위 또한 왠만하면 하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차라리 속으로 꿍꿍대며 삭히던가, 오래걸리든 좀 더 돌아서가든 어떡해서든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성향이 좀 강한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부탁하는 것을 질색할 만큼 꺼린다거나,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마저도 외면하는 외골수적인 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랬으면 내가 힘들고 어려웠을때..그 큰 돈들을 빌렸던 일들은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테니까...
그랬으니 지금의 내 주변에 있는 지인들의 나에 대한 평가를 기쁜 마음에 받아들이게 되는것이라 생각하므로.....
유형이든 무형이든 무언가를 받는것 또한 익숙치 않아  말로는 원한다고 수차례 입방정 떨지언정, 정작 주는 경우에 제대로 받으려 했던 기억도 많지 않다.

반대로 주는것에 인색하지 않아 펑펑 퍼다주는 스타일 또한 아니지만, 보통 왠만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경우의 일은 아무 생각없이 해주곤 한다. 물질적이든, 아니든...
궂이 재고 따져봐야 내 골만 아플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너가 원하는 일인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지 싶어서라도 부탁한 사람이 되려 미안할 정도로 그냥 승낙하곤 한다.
물론, 그냥 넘어가지 않고 입으로 궁시렁궁시렁 거리고 튕기며 나불거리긴 하지만 말이다.   ㅡ_ㅡ;
분명 어떻게보면 웃기는 놈이라는걸 나 스스로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그게 나란 사람이란걸 주변에서 또한 그리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살다보니 마음가짐이란게..이렇게 내가 의식하는 수준보다는 좀 더 높은편이 아닌가 하며 골똘히 생각하게 되는 순간을 맞닥뜨리게 될 때가 있다.

바로 얼마전.. 첫번째 경우.

동생이 연락이 와서, 자기가 필요로 하는 해답을 구하고자 내가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는 말을 했다.
별 큰 부탁도 아니거니와, 그 정도는 아무런 부담없이 되겠지 싶어 지인에게 부탁을 했는데..
근데, 왠걸 되게 꺼려하는 기색이 눈에 띄게 보이는거다.
그래. 자기가 동생이 원한 당사자가 아니라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하는 경우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암만 생각해봐도 그 정도의 반응은 아닐 듯 싶은데.. 
(소개라는 말 자체가 거창해 보일런지 모르지만, 동생도 그도 소개받아야 할 다른 누구도, 그리고 나도.. 죄다 서로 아는 사람에 해당하는 경우였다.)
좀 더 생각하고 있으니, 내가 그 상황이면...  반대로 간사하게도...그가 나에게 이런 류의 부탁을 했었던때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더 진탕으로 빠져버리게 되는 상황.
허무하고, 씁쓸하고, 왠지 속상해지는 기분.

두번째 경우,

아는 후배에게 방송국에서 견학을 부탁하고자 연락을 했다.  이 또한 내가 아닌 내 지인이 내게 부탁을 한거라.. 뜻을 전달하고자 연락을 했는데..
그 또한 눈에 띄는 반응.  이건 위의 경우와 달리 좀 아니다 싶은 느낌은 처음부터 약간 있긴 했지만..
궂이 그정도의 리액션은 되려 말한 내가 더 부담스러울 거란걸 아는 앨텐데..
이 경우 또한 그리 어렵다거나 힘든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했건만..  그러질 않더라.

애초 내 성격상 무얼 요구하고, 바래질 못한다. 
그렇게 하는데는 내 스스로 납득할만할 그럴만한 이유가 서너가지 되지 않는 이상..
되려 그 쪽에서 내 의중을 모르고 해주려할때가 아닌 이상, 정말이지 단순히 쪽팔려서라도 무얼 바래진 않는단 말이지.
단지 이 두번의 경우에는 내가 생각하기론 내가 그에게 그래도 될만한 이유 또한 있음이 충분하다 싶었고, 정말 부담스럽지 않은(어차피 내 주관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부탁이라 여겨졌기에 정말 편안한 맘으로 얘기했건만..

서글프다. 그리고 왠지 속상하고...

이럴때 보면..소심하다거나, 별거 아닌일에 그런다거나 하는 얘기를 종종 듣곤 했었던 기억을 끄집어내며 합리화 시키고 위안 삼지만..

매번 부딪칠때마다 생소하고, 서글프고, 이질감이 느껴지는 이런 기분.

좋지않다.

아니, 약간 두렵다고 해야되나..
이렇게 고민하게 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과, 상대 또한 그럴 수 있다고 넘겨짚어 생각하는 것과, 비약해서 도대체 허물없다거나, 편하다거나, 친하다거나, 위한다거나, 배려한다는..
등등의 갖다부치면 말도 안되게 많을 여러 상황과 이유와 그럴싸한 합리화.
등을 살아가며 계속 목도해야된다는 사실을 말이지...
(물론 그럴만한 관계가 아닌 경우에 벌어지는 상황들은 해당 사항이 없다. 애초 그럴 맘도 없거니와, 어쩔 수 없이 그럴 때엔 또 다른 가면을쓴 내가 발동되게 될테니..)

아니.. 실은,  "니가 오바하는거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경우 아냐... 저 경우."  라고 누군가 말할 꺼 같아 두렵나.   ;;


쩝. 쓸수록 점점더 갖다가 붙여지는 형국이라 이만 써야겠지 싶다.

그냥. 좋지않다!

라는 느낌으로 마무리 짓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