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utnik의 무한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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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 하게된다.

정말 상대방은 그냥 했던 말이었고,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모를만큼  툭! 뱉어냈던 말일꺼라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그게 나에게 있어선, 뭔가 주문이 되어버리는. 금제가 되어버리는. 자~꾸 생각나게 되버리는.

그런.. 말!말!말!


얼마전, 정말 오랜만에 절대미씨 K 누나 에게서 전화가 왔다.

젊은 시절엔 꽤나 자주 연락하고, 만나곤 했건만.. 아니지, 젊은 시절이라기 보다 누나가 애엄마가 되기 전까지...

이쁘고, 잘빠지고, 잘놀고, 잘마시고..누가 보더라도 최강절대미씨였던 누나가 오랜 시간을 꿋꿋하게 버티다가 종내에 는 애를 낳아 버리곤..

만남은 커녕 전화연락조차 자주 하지 않게 되었다.  (역시나.. 여잔 애낳으면 땡이더라..란 말을 실감한다. 이 누날 보면.. - 아무것도 하질 못하더라)

그랬던 누나의 간만의 콜.

알고보니, 애가 핸드폰 갖구 장난치다가 단축번호를 눌른것 같단다.

잘 지내냐는 질문에 너무나도 당연한 듯한 목소리로 "아니.  잘 지내진 않는데?  그런..누난?"  이라고 말하자.

넌 어쩜 말을해도.. 말이라도 잘 지낸다고 하면 되지..예나 지금이나 똑같냐..

어쩌구..저쩌구..정말 못 지내?  궁시렁...쑥덕쑥덕...


그래.. 그냥 앵기고 싶었나 보다. 칭얼대고 싶고, 그래도 내 사정, 내 마음 알겠거니 싶어서 그랬었나 보다.


그런 누나가 또, 묻는다.

"여자 친구는 생겼고?"


...  여자 친구는 생겼고? 여자 친구는 생겼고? 여자 친구는 생겼고? 여자 친구는 생겼고? 여자 친구는 생겼고?


글을 쓰다보니, 너무 길게 뜸들이는데..

일전 이 누나가 그랬었다.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툭, 이라거나 아무 생각없이.. 라거나 하면서 말한거라 생각친 않는다.


" 지금 니가 무슨 여잘 사겨.. 그럴 때니, 너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잖아... "


... 그럴 상황이 아니잖아...그럴 상황이 아니잖아...그럴 상황이 아니잖아...럴 상황이 아니잖아...그럴 상황이 아니잖아...


많이 힘들었었고, 내 인생 가장 바쁘게 지냈던 시기이기도 하고, 몸은 몸대로, 맘은 맘대로 조금씩 조금씩 부서져가는 그런 시기였었드랬다.

돈이 무언지, 사람이 무언지, 세상이 무언지 조금이나 맛 볼 수 있었던 시기였고..

두려움이 어떤건지, 불안함이 어떤건지, 무서움이 어떤건지, 처절하게 곱씹었던 시기였었다.

막연한 두려움이라던가 하는건, 개나 줘버려~ 라고 끊임없이 주문을 외우며,

어떻게든 살아야지 싶은 맘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곤 하는 시기였었다.


근데, 사람이 참 우습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고, 지금은 지금이고..

그건 그거고, 나는 나고..

그건 그거고, 즐기는건 즐기는거고..

그건 그거고, 보여지는건 보여지는거고..

그건 그거고, ...

...


되도 않게 그런 생각이 스믈스믈 기어오르니 말이다.

끝이라곤 보이지도 않아서, 조금이라도, 아주 짧은 얼마간의 시간 동안이라도 마음이 편해져버리면..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마냥, 아주 그냥..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런 순간일 때, 저런 얘기를 들었다.   ' 외롭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서, 누군가 있었음 싶기도 하지만.. 그건 아닌거잖아...

나도 그렇지만, 만에하나 내 옆에 있게될 그 상대방도..  어떻게든 서로 또 힘들지 않을까. 에이 이런게 무슨 소용이람'

싶어서 말했을때.

뭐, 물론 풀어제끼고 나니, 이거 뭥미.  스런 글이 되버렸지만..

이 정도까진 아닐 만큼.. 아주~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얘기가 됐었다고 기억하지만,


그 기억이 아직껏..

나한텐..

ING 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환청마냥, 귓가를 맴돌때가 있더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따지고 보면.. 별 반 차이 없는데.

단지,

내가 좀 더 단단해졌고,  좀 더 무뎌졌으며, 좀 더 깊어졌지만..

그때의 무모하게 달려들었던 맹목적인 무언가가 조금 사라졌고,

조금 더 게을러졌나 싶어졌을 뿐.

그 상황이란건..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이지 별 반 차이가 없어서..


그래서, 여지껏 귓바퀴에 맴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건.

내가 오바하는 건지, 아님 착각하는 건지, 아님 나도 모르게 꽤나 정직하게 인식을 하고 있어서.. 올바른게 되버린 건지. 그냥, 단순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가 맞는건지..

정말이지 모르겠다 싶다..


그런 그냥 했을지도 모를 말을 했던, 그 누나의 목소리를 들으니..

새삼 다시 또 떠올리게 되었던 기억.

왠지 아련하고, 왠지 민망하고, 왠지 바보같고, 왠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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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지음/청어람미디어


『이유』는 일가족 4인 살인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이 사건을 통해 일본
사회에 내재하는 여러 가지...『이유』는 스나가와 일가 의 살인사건을 통해 진짜 가족과 가짜 가족, 그리고 가족과 사회적 관계를...   상세보기


미야베 미유키 책은 처음이다.
남편의 책장에 "모방범" 이 굴러댕기긴 하지만, 딱히 읽어보고 싶은 맘이 들지 않았더랬다.
그러다, 이번에 도석관에서 엎어온 이녀석.
다른 것보다 "이유" 라는 제목에 먼저 끌렸고, 그리고 왠지 낡고 두껍고 색바랜 (오래도 되었지만..) 모냥새
때문에 끌려서 덥석 집어물어왔다.
너무나 두꺼웠던 책이라서 빨리 읽지 못하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이건 뭐..거진 10일정도 걸린 듯 싶다.
뭥미..
그러니까, 애초 선택하질 않았으면 되었을텐데  어떻게든 책장을 넘기면 당최 그냥 닫고 둘 수 없는 지랄같은
성격탓에 끝까지 읽게된 듯 싶다.
애초 두껍기도 하거니와, 꽤나 많은 등장인물이 끊임없이 등장하다보니, 누가 누군지 쟤가 쟨지, 얘가 얜지..
도통 헷갈려서 봤던 부분 또 보고, 어제 본 부분 다시 들쳐보고..
그러다보니 10일이 훌쩍 가드라. (물론 출퇴근에 책을 읽는 습관 또한 한몫했다.. 집중력 저하 말이지..)

책은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쓰여졌다 한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스나가와 일가족 살인사건을 다루게 된다. 뒤로 갈수록 점점 '폭심지'의 사건의 중심에 도달하고,
그런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 형식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해설을 보고 알았지만, 무인칭 시점이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거구나 싶었다.
하나의 사건에 개입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내는 작가의 역량이 대단한 작품이다.
소재 또한, 흔하지 않은 부동산 경매와 버티기꾼의 이야기지만 단지 거기에서 그치는게 아닌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는 꽤 어둡고, 무거운.. 추리소설이라기엔 그리 가볍지 않은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흔히들 말하는 루저들의 삶을 눈여겨 보게 된다. 글을 통해, 영화를 통해, 음악을 통해 주의깊게 지켜보려 하는 편이다.
갖추지 못한 자들, 남과 다르다 인식하는 자들, 받지 못한 자들..
어떤 식의 이야기든 상대적인 약자들의 그것은 처절하고, 비참하며, 두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기에 거북스러운 면이 있을테지만, 그런 부분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내가 얼마나 수많은 혜택을 받으며 자라왔는지,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지 (착각일지언정) 알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서, 그런 매체를 통해서라도 깨닫게 되길 바라는 바램이 자리잡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하고 흔한 이야기일지언정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이런 일련의 사고과정을 되새기는게 적어도 내가 책을 읽는 하나의 이유가 되는것은 틀림없는 사실일 듯 싶다.

그와 관련하여 이 책에서는 다양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가족의 중요성과, 소통의 중요성, 점점 희미해져가는 사람들 사이의 정, 반대로 커져만 가는 불신과, 어느 누군가의 희생.
그리고, 없어질 듯, 꺼져버릴 듯 싶지만 그래도 타오르는 믿음의 불씨 한 조각.
어떤 얘기라도 쉽게 생각되어지고, 남일로 치부해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되질 않겠지만, 그게 내 얘기가 되고, 그게 내 주변의 이야기가 되면 여느 누구의 맘인들 편하진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사람과 사람, 관계와 관계를 이어주는건 대화요, 소통일진데..
살아가는 동안 그런 소통의 부재가 낳게 되는 결과가 얼마나 커다랄지 예상할 수 없을테지만, (단편적이고,극단적인 형태일 수 있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경험을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매번을 생각하고 있음에도 삶에 반영시키기에는 아직 여물지 않은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져서 책장을 덮은 이 순간까지도 불편하면서도 왠지 가슴 한 켠이 시려오는 감흥이 가시지가 않는다.
세상은 점점 변해가고, 더욱더 차가워지고 삭막해질게다.
가족,형제,친구,.. 모든 관계에서 또한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좀 더 어둡고, 날카롭게 변하게 될지도 모르지.
내가 살아가는 지금을 돌이켜봐도 부당한 죄를 뒤집어쓰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 들을 수 없이 계속해서 도망치게 되는 나오즈미. 그리고 .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오즈미를 향한 요시후미의 배려와, 소통이 나에게 또는 우리 모두에게도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은 그 살아있음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고,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거라 난 믿는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 만이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꺼리 정도만 던져줄 수 있다면 그걸로도 만족할 수 있을 책일꺼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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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담아내다2008. 8. 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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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긴 했지만, 가끔 볼 때 마다..  참으로 싱그러웠었지..

하고 되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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